사람들은 소설이 재미있어서 다음 페이지(또는 다음편)를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페이지를 넘겼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재미있다'는 후술되는 감정이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요인은 호기심이거나 기대감일수도 있지만 습관이나 의무감, 아니면 반사적일지도 모른다. '재미있다'를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것이 특정한 무언가가 아니...
작중에서 선한지 악한지 단정할 수 없으면 악역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서 조커는 빌런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영화 "조커(2019)" 속 등장인물 조커는 서사가 빡빡하게 들어가 있다. 틀림없이 악인인 건 맞지만, 동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작중에서 악당으로서 역할을 맡지도 않았다. 선악은 그때그때의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대중의 도덕 관념을 따르는 ...
소설에서 시점을 선택해야 할 때, 일반적으로는 전지적작가시점을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보통 이 선택은 틀리지 않는다. 그 외의 1인칭, 2인칭, 3인칭, 복합 시점은 그 시점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때가 아니면 구태여 선택할 이유가 없다. 전지적작가시점은 쓰기 쉽고 기능적이다. 1인칭을 선택해야 하는 때는 독자와 주인공 사이의 거리를 좁혀야 하는...
대적자가 없는 타이쿤 게임으로도 게임 판타지 소설로 쓸 수 있을까? 사실 영지물을 비롯한 소설들은 이미 타이쿤 게임을 모티프로하는 게임이므로 이런 질문은 크게 의미가 없다(잘은 모르지만 직접적인 모티프의 게임 소설도 많을 것이다). 대적자가 없는 것이 문제인가 싶지만 힐링물을 내세운 작품들의 경우 이미 제대로 된 대적자가 없는 웹소설은 흔하다(이런 소설들은...
어떤 소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을 때 그 아이디어가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경우는 없다. 또한 두 번째, 세 번째 아이디어를 떠올리더라도 이런 아이디어들 사이는 빈 공간이 남게 되는데 이런 경우 작가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게 되는 도구(캐릭터/사건/설정/플롯장치 등)를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도구들은 작가의 취향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것을 '취향...
판타지와 SF, 로맨스같이 작품의 내적 규칙을 따르는지를 기준으로 라는 '내적 장르'가 존재하듯, 웹소설과 라이트노벨, 제도권 소설처럼 집필 방법과 독자 관계, 플랫폼으로 구분되는 '외적 장르'가 있다. 이런 외적 장르도 내적 장르처럼 그 기준을 잡기 힘들고 독자와 독자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려 안타까운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황새들 사이에 뱁...
나는 정서적으로 '따뜻한' 작품을 쓰는 것에 별관심이 없고, 그것이 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한 조건인지에 대해 의심이 있다. 독자의 마음을 차갑게 만들자는 게 아니다. 독자의 마음 상태와 작품의 정서적 상태가 일치하리란 믿음이 작가에게 존재한다고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는 정서적으로 '무심한' 작품을 쓰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더 좋...
게임과 소설의 공통점에 대해서 생각한다. 시뮬레이션과 사변은 거의 같다. 논리와 개연성은 거의 같다. 따라서 사변소설을 읽게 만드는 것은 일종의 해킹이다. 독자는 독서를 끝낼 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세계가 이제는 가능하며 어딘가에 실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소설 읽기와 소설 쓰기가 애씀과 분투인 것은 사실은 이 읽기와 쓰기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애씀과...
사람들이 학문적 고증과 장르에서의 약속을 착각하고 있다. 장르소설에서 고증은 틀려도 된다. 장르에서의 약속은 틀리면 안된다. 무협에서 제 발등을 밟아 오르는 것은 나오는 것은 물리적 고증을 어긴다. 하지만 장르에서의 약속은 어기지 않는다. 이것은 장르소설에서 허용된다. 학문적 고증은 창작물에서 중요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미파에 여승 외의 남자 승려도 ...
"두려움은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자 작가를 가장 무력하게 만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다. 반대로, 자존심과 지나친 자신감은 다른 어떤 것보다 창의력을 저해하는 요소다. 당신은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에드 솔러먼 완벽한 글이란 건 존재하지 않고, 글을 썼다면 언제나 더 좋은 글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미 완벽한 글...
나는 윤리를 고려하지 않는 호러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윤리와 도덕이 결여된 호러를 발견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든 그것이 작품의 전부라고 할 수 없다. 작가는 자신보다 큰 작품을 쓰기도 한다. 러브크래프트는 자신의 한계만큼의 작품을 썼고 이제 그렇게 읽힌다. 하지만 그가 의도했거나 말거나 다른 종류의 파장을 만...
가만히 있어서 좋은 착상을 얻었던 기억이야말로 함정이다. 그 기억에 기대어 백지를 노려다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언제나 글을 쓰고 있을 때 온다. 너무 서툴고 바쁘게, 날림으로 썼다고 생각했는데도, 정작 어리둥절하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때를 떠올려라. 그것이 진실이다. 준비 되지 않은 글쓰기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준비 되지 않은 글쓰기...
단편 「미궁에는 괴물이」가 네이버 ‘오늘의 문학’란에 실려 첫 고료를 받았다. 이후 여러 지면에 장르소설 단편을 게재하고 웹소설을 연재했다. 소설집 『백관의 왕이 이르니』, 웹소설 『슬기로운 문명생활』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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