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작가가 자신의 글에 대한 감상을 인용(認容)하는 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전제가 있다. 글에 대한 감상이 작가 자신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는 것을 구분하며 감상을 받아들였다고해서 반드시 글에 반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런 일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 작가와 작가의 글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작가는 물론 독자도 해당되는...
가끔 이야기했던 것인데, 나는 작품 속에는 작가가 내재하고 있는 '현실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개연성과 현실성을 묶어서 이야기하려는 시도다. 현실 단계가 높은 소설은 이른바 고증과 사실 세계와의 차이가 없고, 낮은 소설은 사실 세계와의 괴리가 커진다. 1단계에는 사실성이 극히 낮은 작품들이 위치한다. 이 위치에 존재하는 것은 우화와 간결한 동화와...
하나의 일은 여러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걷기'가 단순한 동작처럼 보여도 몸의 관절과 근육들이 움직이고 다음 발을 디딜 때까지의 균형잡기가 이루어지는 복잡한 행위인 것처럼, 글쓰기도 그렇다. 그리고 걷기의 요소 중 하나만 불완전해도 완전한 걷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글쓰기도 그렇다. 글쓰기의 어떤 부분들은 대부분의 사람들한테도 싫고 지루하고 어렵다. 머...
A. 일단 '의식의 흐름'은 떼어놓고 생각을 하자고요. 많은 소설에서 의식의 흐름은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화'도 쉽죠. 직접 대화는 따옴표 안에 들어가서 구분이 되니까요. 간접 대화도 있긴 하지만. 그럼 '설명', '묘사', '사유'가 남네요. 설명문은 소설 전반에서 쉽게 쓰입니다. A가 무언가 보았다, 따위를 말하죠. 반면에 묘사문은 A가 무엇을 보...
재미가 상대적이라는 이유로, 그 이유가 불확실 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그 재미가 도출되는 방법에 대해 외면하게 된다면, 당장은 더 빠른 판단과 가치 있는 결과를 내는데 적합할지도 모른다. 재미에 대해 궁리하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떠나서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재미 이론에 대한 외면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얻는 것...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아니라고 한다. 소설쓰기가 즐거운 일인가? 나는 분명 매체에서 만들어진 초췌하고 게으르지만 어느 날 눈을 번득이며 영감 받아 일필휘지 한 다음 인세를 받아 먹고 사는 놈팽이 같은 작가를 꿈꾸었으나 유감스럽게도 현실의 작가는 그 어떤 직종 보다 부지런해야 했던 것이다. 프리랜서라는 특성으로 눈 뜨면 일과 시작 눈 감으면 일과 끝이라 ...
골목식당 보면 늘 느끼는거지만 사람들은 감상을 하는 것도 익숙하지 못하고 감상을 받는 것도 익숙하지 못하다. 잘하고 말고가 아니라 익숙하고 말고의 문제다. 나도 고등학생 때까지는 비슷한 활동도 해본적이 없었고, 대학생 때도 합평회를 줄기차게 한 것이 아니면 익숙해지진 못했을 것이다. 감상을 주고받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하는 걸 어색해한다. 감상을 해보고...
글을 쓰다보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1. 멋진 문장을 쓴다. 2. 멋진 문장에 맞는 글을 이어나간다(하지만 분명 아귀가 안 맞을 것이다). 3. 멋진 문장을 지워본다. 4. 완성! 내 생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그렇지 않은가?)이 발생하는 이유는 멋진 문장이란 사고의 단초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문장이 멋져 보였던 이유는 사실 우리의 의식이 불완...
글쓰기는 불가해하다. 정말 그렇다. 왜 내가 생각해낸 멋진 문장은 이 글에서 쓰일 수 없지? 그토록 공들여 쓴 글이었는데 왜 대충 휘갈겨 쓴 글이 남들에게 더 많은 호응을 받는 것이지? 난 분명 모든 이야기를 제대로 짰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데도, 어째서 다음 문장을 쓸 수 없는 거지? 난 작법을 배운다는 것은 이 간극 사이를 좁히는 일이라고 생...
이야기가 개연적으로 작동하면 멈출 수 없게 된다. 작가들이 흔히 말하는 '캐릭터가 스스로 움직이고 선택'하게 되는 경험이 여기서 나온다. 개연성으로 작동하지 않는 작품은 작위적이고 어색하며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 보여 독자의 작품 속 이입을 망친다. 개연성만으로 작품이 굴러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들을 일으켜 세워야 하고, 캐릭터가 활동할 세계를 조직해야 ...
하던 이야기 좀더 하자면, 나는 자기 글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기 꺼리는 것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설 '초고 감상'이 필요하면 거의 애걸복걸을 하면서 읽어달라고 하는 편인데, 내 소설에 대한 감상 데이터가 쌓이지 않으면 내 소설이 가지는 가치에 대한 내 분석 또한 어그러진다. 내 소설이 내게 재미있느냐 없느냐 같은 건 더 좋은 글을 쓰는데 있어서...
"나는 학교를 다니던 시절 합평을 좋아했다. 합평이 무어냐 하면, 한 사람의 글을 모두 읽어와 그 글에 대한 감상을 서로 나누어 그 사람이 더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나는 후에 있어 다른 학교 문창과 합평은 악몽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더러 있으며, 합평 자체가 일종의 나쁜 문화로 취급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합평을 ...
단편 「미궁에는 괴물이」가 네이버 ‘오늘의 문학’란에 실려 첫 고료를 받았다. 이후 여러 지면에 장르소설 단편을 게재하고 웹소설을 연재했다. 소설집 『백관의 왕이 이르니』, 웹소설 『슬기로운 문명생활』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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