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A는 슬펐다" 같은 문장 좋아한다. 생각보다 이런 문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작가들은 기초적인 문장을 쓰기보다 상투적인 문장을 쓴다. 기초적인 문장은 상투적일 수 없다. 상투적인 문장은 과거 기발했던 문장의 잔재에 불과하다. 기발할 수 없다면 기초적인 게 좋다.
소설 쓸 때 주로 쓰는 욕설은 '젠장'이랑 '빌어먹을'인데 이것도 문어체 욕설이라고 생각. '-새끼'까지만 써도 좀 심한 욕을 쓴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소설에서 욕설을 쓰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A가 길에서 괜한 시비가 있었다며 내가 모르는 B를 욕하는 상황이 있다고 ...
쓰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언제나 '무엇을 쓰고 싶은가' / '무엇을 쓸 수 있는가' / '무엇을 써야 하는가' 에 대해서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삶과 같이 큰 주제는 모르겠지만 글쓰기에서는 유효한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쓰고 싶은 것, 쓸 수 있는 것, 써야하는 것을 구분은 해야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글쓰기는 삶과는 다르게 '내가 좋아하는...
비연재소설들과 달리 연재소설(또는 비교 될 수 있는 드라마 등의 연재작품들)은 항시 독자의 반응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오랜 미덕으로 알려진 작가 자신의 글을 쓸 것인가? 아니면 '소통'에 말미암아 작가가 이미 알아차린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것인가? 후자의 경우 그것을 온전한 작가의 글로 볼 수 있을까? 소설에는 '작가주의'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
학교에서 배운 문장론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내용은 '최고의 한 문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설 속 모든 문장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말이다. 문장은 소설 안에서 서로 작용하면서 의미를 쌓아올리고 외연을 확장하며, 어떨 때는 일반의 언어가 다다르지 못하는 가장 세밀한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것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좋은 소설 단 한 ...
작품에 작가의 생각이 어떤 방식으로든 들어가는 이유는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언젠가는 그것을 포장하고 끝내야만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왜 시작했는지에 대해 밝히면서 끝난다. 가장 역설적인 엔딩인 수미쌍관 플롯도 그 자체로 작품의 주제가 된다. 작가가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하지만, 많은 이야기들은 이야기...
꿈에서 오로라를 보았다. 여행을 간 도시였다. 도시의 가운데는 피라미드가 있는데 그 피라미드 꼭대기는 모텔로 개조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피라미드 위에는 더 큰, 도시를 덮어 하늘을 가리는 피라미드가 놓여 있었고, 모텔 건물의 각 네 면을 버티는 것은 스핑크스를 닮은 가고일이었다. 하나의 가고일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기울어져 있었고 도시는 거대한 피라미드에...
전쟁중 부사관인데 무슨 심부름으로 소년병을 키우는 학교에 가게 된다. 그런데 볼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학교가 습격을 받고 사령부도 다 죽고 학교도 점령 당하는 중에 최후까지 고군분투 하다가 깨어났다. 고군분투의 과정은 흥미롭다. 나는 고등학교 복도를 3층과 지하를 오가며 내달리고, 밖으로 나와서는 연병장이나 다름 없는 운동장을 뱅글뱅글 돈다. 나는 무기...
지하에 전철이 있고 엘리베이터가 자주 고장나는 복잡한 구조의 백화점이었다. 누군가 날 미행하고 있었는데 세 명의 아이였다. 맏이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그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남자아이, 그리고 형체가 흐릿한 아이. 나는 그 아이들이 따라오는 게 너무 싫어서 돌아서선 여자아이의 뺨을 때렸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그 아이들을 떨궈낼 수 없었다. 아이들은 조용히 날...
꿈 속에서 나는, 좀처럼 그런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거실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영화에는 나이프 소년이라는 귀신이 나왔다. 주인공과 귀신이 첫 대면하는 장소는 쓰레기장이다. 나이프 소년은 오로지 그림자로서 존재하는데, 쓰레기장은 보이지 않는 광원을 둘러가면서 비추었다. 주인공은 쓰레기장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닌 실내라는 걸 알아차리지만, 출입구는 어디...
그저께는 꿈 속에서 군인이었고 대대장한테 부조리를 당했다. 꿈 속의 대대장은 현실의 작전장교였는데 그 사람은 나한테 잘해준 사람 중 하나라서 의아하다. 옛 친구 하나가 타부대 장교로 나와 내 안부를 물었다. 그는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오늘은 꿈 속에서 집안을 돌아다니다 길을 잃었다. 집은 오래된 유적이었는데 함정이 있었고 사람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빠져 ...
나는 카메라감독이면서 다큐 프로그램 PD였다. 나의 취재 대상은 3일 뒤에 동반자살할 결심을 한 부부였다. 젊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장년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부부였는데, 카메라에 대고 말할 때가 아니면 우리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은 편집이 없었다. 이들은 여러가지 일을 했다. 들판에서 산책을 하거나 집을 불태웠고 두 사람이서 쇠로 된 죽마...
단편 「미궁에는 괴물이」가 네이버 ‘오늘의 문학’란에 실려 첫 고료를 받았다. 이후 여러 지면에 장르소설 단편을 게재하고 웹소설을 연재했다. 소설집 『백관의 왕이 이르니』, 웹소설 『슬기로운 문명생활』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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