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일기

꿈의 후반부에서

꿈일기180203

꿈의 후반부에서 나는 태국으로 엄마와 크레페를 먹으러 갔다. 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여자가 중앙선을 넘어온 반대편 승용차에 부딪쳤다. 여자는 허공을 날았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들 그 여자가 죽었다고 말했다. 엄마와 나는 크레페 생각 뿐이었다.

식당에 도착하니 방금 내린 스콜로 식당의 천장으로 빗물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내린 스콜이라기엔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습하고 축축했다. 다만 식당 주인은 정복을 잘 차려입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정상영업을 한다는 이야기에 안심을 하고 각자의 자리로 찾아들어가고 있었다. 엄마는 내 손을 끌고 자리에 앉으려고 했지만 나는 거절하고 집으로 걸어 돌아갔다.

돌아오니 군시절 만났던 5중대장이 나에게 늦었다며 서둘러 연병장을 돌라고 말했다. (나는 8중대였기에 별다른 접점도 없었고 딱히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연병장이라고 말한 것은 우리집 거실이었다. 나는 내가 늦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꿈 속에서 자주 있는 선험적인 지식 말이다). 오늘은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었고, 나는 달려야했다. 나는 우리집 거실의 외각을 달렸다. 몇 걸음을 걷지 않아도 될 정도였고, 5중대장은 나를 감독했다.

오십 바퀴 정도 돌았을 무렵 5중대장은 아빠로 바뀌어 있었다. (5중대장과 아빠 사이의 공통점은 하나도 없다.) 아빠는 맨몸이었고 사타구니를 씻기 위한 목욕 수건을 찾는 중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목욕 수건을 찾으러 화장실로 들어가는 대신, 평형세계에 대해서 내게 질문했다. (꿈에 대한 이 대목에 대한 기억은 조금 소실되어 있다. 내 느낌상 목욕 수건에 대한 질문과 평형세계에 대한 질문은 아주 잘 이어져 있었고, 어떤 문제의식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한도 내에서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물론 아빠는 거실 한 가운데 서 있었고, 나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평형세계는 여러 우주론 중에 하나고, 몇 가지 이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가설이에요. 양자역학에 따르면 미시세계의 입자 분포는 확률적이고, 그렇다면 미래라는 것은 삶과 죽음이 중첩된 상자 안의 고양이 같은 것이죠. 그리고 그 미래가 왔을 때, 고양이 안의 상자를 확인했을 때 우리는 분기를 맞이하게 되요. 그럼 우리가 확인하지 못한 분기는 사라지는 걸까요? 그렇지 않고 무한한 가지처럼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게 평형세계론이에요. 물론 그런 평형세계는 사실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물론 이와 같은 꿈 속의 언변은 적확하다고 할 수 없다. 실제 지식을 담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난 나는 아주 두려웠고, 비몽사몽간에 몸을 뒤척였다. 하지만 꿈은 또렷하게 기억났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이 공포의 연원을 찾기 위해 꿈을 다시금 되새김질 했다. 그리고 좀더 또렷한, 평형세계에 대한 질문과 그 대답을 기억해냈고 내가 다음과 같은 대답으로 끝을 내려고 했었다는 걸 알았다.

"…두 개의 세계에서 모두 존재하는 것은 모순적이니까요."

물론 평형세계와 이러한 발언은 진실과 합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말하던 이야기가 거실을 달리던 꿈과 그 옆 방 안에서 누워 잠자던 현실에 대한 은유 그 자체라는 걸 깨달았고, 그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것을 알았다. 꿈 속의 나와 현실에서의 나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했던 것이다. 모순은 사라져야만 했다.

되돌아보자면 꿈 속의 나는 두려웠다. 논리와 이성은 없고 모두 다 분열된 상태로 존재했으며, 다음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공간이었다. 나는 그곳에 남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다시 잠들었다. 기억나지 않는 또 다른 꿈을 꿨다. 다만 그곳에서도 꿈 속의 나와 현실의 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았다. 자아는 언제나 꿈 또는 현실에 있었고 중첩하지 못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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